석탄값 치솟자…"8살짜리 아이가 석탄을 캐다 나릅니다"

입력 2022-08-05 10:54   수정 2022-08-05 11:14


아프가니스탄 북동부 도시 바글란의 한 광산. 수십 명의 성인 남성들 사이로 앳된 소년들이 보인다. 이들은 석탄가루를 온몸에 뒤집어 쓴 채 한데 뒤섞여 깊은 산속의 갱도를 드나들고 있다. 8살 된 한 아이가 직접 캔 석탄 포대자루를 당나귀 등에 실었다. 아프간 수도 카불로 향하는 트럭이 광산에서 조금 먼 곳에 정차돼 있기 때문이다. 안전장비 하나 안 걸친 아이에겐 당나귀가 최신식 운반 기계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석탄 산업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전 세계적인 원자재·에너지 대란 속에서 아프간의 무장조직 탈레반 정권이 석탄을 팔아 나라의 곳간을 채우려 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탈레반이 석탄 산업의 부흥을 꾀하고 있다"며 "앞서 친미 정권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서방의 탈(脫)석탄 정책에 동참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탈레반은 지난해 8월 친미 정권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2001년 아프간을 평정했던 미군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이 철수하면서다.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이들의 등장에 국제 사회는 즉각 제재를 가했다. 아프간의 해외 외환보유액 90억달러(약 11조원)을 동결시켰다. 아프간 정부 예산의 4분의3을 차지하던 국제원조도 중단했다. 결국 지난 1년새 아프간의 국내총생산(GDP)은 20% 이상 쪼그라들었다.


이때 탈레반의 눈에 들어온 건 폭등하는 석탄값이었다. 올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적인 원자재 수급 불안정 우려가 잇따르면서 석탄값이 치솟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t당 134달러였던 석탄 가격은 3배에 가까운 400달러 선 턱밑까지 급등했다.

아프간은 석탄 등 화석연료 비축량이 풍부하다. 석탄이 중요 수익원이 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아프간의 한 광산업 종사자는 "탈레반으로선 서방의 각종 제재가 시작된지 얼마 안 돼 바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게 신의 한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탈레반은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석탄 채굴과 수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간 산 석탄은 주로 파키스탄과 중국으로 수출된다. 탈레반 치하의 무역현황을 추적하는 한 전문가에 따르면 파키스탄으로 보내지는 석탄 양이 1년만에 2배 늘어 최근 400만t으로 증가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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